분만 중 응급처치가 늦어져 태아가 영구적인 뇌손상을 입은데 대해 병원에 40%의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7부(곽종훈 부장판사)는 분만 중 골반협착 등으로 태아저산소증(태아곤란증)이 발생한 황모군과 부모가 “의료진이 이를 방치해 뇌성마비를 입게 만들었다”며 서울 모 병원장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는 위자료 등 4억600만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30일 전했다.
재판부는 “정상 임산부의 분만(진통) 1기에는 최소한 30분 간격으로 태아심박동을 확인해야 할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의료진이 심박동수를 약1시간 간격으로 확인하다 태아저산소증을 뒤늦게 발견했다”면서 “이로 인해 제왕절개수술을 늦게 실시한 과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의료진이 산모의 골반크기를 제대로 측정하지 않아 골박협착 진단이 늦었고 자궁수축제(옥시토신)을 투여해 태아저산소증을 유발했다는 등의 원고측 나머지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통상 심박동만으론 태아저산소증 진단이 어렵고, 분만 중 발생하는 태아저산소증이 태아와 산모의 신체적 요인에서 비롯된 데다, 태아나 산모에게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태아의 심박동을 1시간 간격으로 관찰하는 것이 표준적 진료행위로 인정된다는 점 등을 고려해 피고의 책임비율은 4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병원은 2003년 11월 황군 어머니가 출산 전까지 별다른 이상 징후를 보이지 않아 자연 분만을 시도하다 심박동수가 분당 50~70회(정상기준 120~150회)로 떨어지는 등 태아저산소증과 골반협착, 양수과소증 등의 증세가 발견되면서 제왕절개수술을 실시했다.
황군은 출생 직후 저산소성 뇌손상 진단을 받아 소화아동병원으로 옮겨 치료를 받았으나 현재 혼자 앉아 있는 것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한 경직성 사지마비 등 뇌성마비 증세를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