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1996. 10. 17. 선고 96나10449 판결:확정 【손해배상(의) 】
[하집1996-2, 73]
--------------------------------------------------------------------------------
【판시사항】
불임수술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치 않은 아이를 출산한 경우, 분만비 및 위자료 외의 양육비·교육비에 대해서는 생명권 존중과 친권자의 자녀부양의무에 비추어 손해가 아니라고 본 사례
【판결요지】
불임수술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치 않은 아이를 출산한 경우, 분만비 및 위자료 외의 양육비·교육비에 대해서는 생명권 존중과 친권자의 자녀부양의무에 비추어 손해가 아니라고 본 사례.
【참조조문】
민법 제393조 , 제763조 , 제913조 , 헌법 제10조
【전 문】
【원고(선정당사자), 항소인 겸 피항소인】 민OO
【피고, 피항소인 겸 항소인】 학교법인 OO재단
【원심판결】 서울지법 북부지원 1996. 2. 2. 선고 95가합4661 판결
【주 문】
1. 원심판결 중 피고에 대하여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 차OO에게 각 금 10,305,412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95. 5. 21.부터 1996. 10. 17.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선정당사자) 및 선정자 차OO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2. 원고(선정당사자)의 항소 및 피고의 나머지 항소를 각 기각한다.
3. 소송비용은 제1, 2심 모두 이를 5분하여 그 4는 원고(선정당사자)의, 나머지는 피고의 각 부담으로 한다.
【청구취지】 피고는 원고(선정당사자, 이하 '원고'라고만 한다) 및 선정자 차OO에게 금 124,630,000원, 원고에게 금 30,300,000원, 선정자 차미자에게 금 50,000,000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95. 5. 21.부터 완제일까지 연 2할 5푼의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항소취지】 원고:원심판결 중 아래에서 지급을 구하는 금원에 해당하는 원고 및 선정자 차OO의 패소 부분을 취소한다. 피고는 원고 및 선정자 차OO에게 각 금 11,858,104원 및 위 각 금원에 대한 1995. 5. 21.부터 원심판결 선고일까지는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하라.
피고:원심판결 중 피고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및 선정자 차OO의 청구를 각 기각한다.
【이 유】
1. 손해배상책임의 발생
가. 책임의 근거
갑 제1, 4 내지 6, 10호증, 을 제2, 5호증의 각 기재와 당심 증인 원심 공동피고인의 증언에 변론의 전취지를 종합하면, 원고 및 선정자 차OO는 1989. 7. 5.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위 차OO는 1993. 7. 21. 둘째 아이의 임신 21주 상태에서 피고 법인이 경영하는 OO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 산부인과에서 위 대학교수인 원심 공동피고 허OO에게 산전진찰을 받은 결과 제왕절개 분만술이 필요한 태위이상(둔위)으로 판단되었으므로 1994. 1. 13. 13:00경 분만을 위하여 위 허OO 교수의 특진신청을 하고 위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는데, 위 차OO와 원고(이하 '원고 부부'라 한다)는 위 대학병원측에 수술승낙서를 제출하면서 이미 2자녀를 가지게 된 상태여서 가족계획상 불임수술도 해 달라고 청약하였고, 위 대학병원측은 이를 이의 없이 받아들였으며, 담당의사인 위 허OO은 다음날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기로 하였는데, 위 차미자의 진통이 예정보다 빨리 시작되는 바람에 같은 날 18:11경 이미 퇴근한 위 허OO을 대신하여 위 대학병원 전공의 3년차인 원심 공동피고인이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하여 남아(소외 민OO)를 출산하게 한 사실, 위 대학병 원측은 제왕절개 수술 과정에서 위 차OO에 대하여 불임수술을 시행하지 아니하였고 그러한 사정을 원고 부부에게 설명조차 하지 않은 사실, 불임수술이 된 것으로 알고 있던 위 차OO는 그 후 셋째 아이를 임신하여 1995. 7. 12. 서울 중랑구 중화동 소재 박진배 산부인과의원에서 남아(이하 '사건 본인'이라 한다)를 출산한 사실 등을 인정할 수 있고 반증이 없다.
위 인정 사실에 의하면, 피고 법인이 원고 부부의 불임수술의 청약을 이의 없이 받아들임으로써 원고 부부와 피고 사이에 불임수술에 관한 의료계약은 성립되었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 법인은 동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원고 부부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할 것이다.
피고는, 위 차OO에 대한 제왕절개수술이 예정보다 앞당겨져서 주치의가 퇴근한 후 전공의가 갑자기 시행하게 된 응급상황이었으므로 위 차OO로서는 수술 전에 미리 전공의에게 불임수술을 시행하도록 주의를 촉구하거나 수술 후에도 불임수술의 시행 여부를 확인하여 보아야 함에도 이러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 과실이 있고, 이러한 위 차OO의 과실은 이 사건 손해의 발생 또는 확대의 한 원인이 되었으므로 피고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액을 정함에 있어서 이러한 원고측의 과실도 참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나, 위 차OO에 대한 이 사건 전공의에 의한 제왕절개수술이 응급수술이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을 뿐만 아니라, 가사 응급수술이었다고 하더라도 의료계약에 의하여 명백히 불임수술을 청약해 놓은 위 차OO에게 분만 전후의 극도의 흥분상태에서 별도로 담당의사에게 불임수술의 시행 여부를 확인하거나 주의를 촉구시킬 의무까지 있다고는 볼 수 없으므로 위 의무 있음을 전제로 한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2. 손해배상의 범위
원고 부부는, 피고의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위 차미자가 원치 않는 임신을 하여 사건 본인을 낳게 됨으로써 사건 본인의 분만비, 향후 성년이 될 때까지의 양육비 및 유치원부터 대학졸업시까지의 교육비 등을 지출하게 되는 손해를 입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아울러 심한 정식적인 고통을 입게되었으므로 피고는 원고 부부에게 위 각 재산상 손해 및 위자료를 손해로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하므로 순차 살펴보기로 한다.
가. 분만비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위 차OO가 사건 본인을 출산하게 되어 원고 부부는 사건 본인의 분만비용을 지출하게 되었고, 이는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통상의 재산상 손해라고 할 것인바, 나아가 그 액수에 관하여 보면, 을 제6호증의 기재에 의하면 위 차OO가 위 대학병원에서 소외 민OO을 출산하면서 분만비로 금 610,824원(의료보험수가 중 본인부담금)을 지출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고, 달리 다른 자료가 없으므로 사건 본인의 분만비도 같은 액수일 것으로 추인된다.
나. 위자료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말미암아 위 차OO는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사건 본인을 임신·출산하게 되어 위 임신기간 및 출산 과정에서 심한 정신적 고통을 받게 되었고, 원고 역시 가족계획에 반한 위 차OO의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하여 심한 정신적 고통을 입게 되었음을 경험칙상 넉넉히 인정할 수 있다 할 것이므로 피고는 금전으로나마 이를 위자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인바,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원고 부부의 나이, 가족관계, 재산정도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볼 때 피고가 지급하여야 할 위자료의 액수는 원고 부부에게 각 금 10,000,000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 할 것이다.
다. 양육비 및 교육비 청구에 관한 판단
(1) 원고 부부의 이 사건 양육비 및 교육비 청구에 대하여, 피고는 먼저 원고 부부가 사건 본인의 임신사실을 알았을 때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었음에도 이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아 이 사건 양육비 및 교육비 등의 청구를 함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여 부당하다는 취지로 주장하나, 모자보건법상 인공임신중절수술은 동법 제14조 제1항 제1호 내지 5호에 해당하는 경우에 한하여 예외적으로 허용되게 규정하고 있고, 이 사건 원고 부부의 경우가 위 예외 조항의 어느 것에도 해당하지 아니함은 명백하므로 원고 부부가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하지 아니하였음을 부당하다고 다툴 수는 없다 할 것이므로 피고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2) 나아가 위 차OO가 원치 않은 임신으로 인하여 사건 본인을 출산하게 되어 향후 그를 양육하고, 교육을 시키게 됨으로써 원고 부부가 양육비 등을 부담하게 되는 것이 과연 이 사건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고 부부의 '손해'에 해당하는가의 점에 관하여 살펴본다.
불임시술을 목적으로 하는 의료계약은 다른 일반계약과는 달리 그 이행으로서의 수술은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인간의 생명 및 그 탄생에 반하는 것이고, 오히려 그 불이행은 인간 생명의 탄생으로 직결되는 것이며, 또한 위 불이행으로 인한 원치 않은 아이의 임신 및 그 탄생은 부모의 입장에서 보면 부모로 하여금 그 자(자)에 대한 부양의무 등을 지게 한다는 점에서 일응 경제적 손해를 가져온다고도 볼 수 있으나 태어난 자(자)의 시각에서 본다면 유일한 생명을 구해준 은혜로운 행위가 된다는 점에서 그 법적 특수성이 있으므로, 과연 그 계약의 불이행으로 인하여 부모가 '손해'를 입게 될 것인가의 문제는 부모의 재산상 이익과 자(자)의 생명권 중 어디에 우월적 지위를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로 귀착된다고 볼 것인데, 우리 헌법 제10조에서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여 개인의 생명권 존중 및 기본적 인권 보장의 원칙을 천명하고 있고, 이를 받아 민법 제752조에서 타인의 생명을 해한 자는 피해자의 직계존속, 직계비속 및 배우자에 대하여는 재산상의 손해 없는 경우에도 손해배상의 책임이 있다고 규정하고, 형법 제250조 내지 제256조(살인 등의 죄), 제262조(폭행치사죄), 제268조(업무상 과실치사상 죄) 등에서 사람의 생명을 해한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여 처벌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비록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하여 출생한 자(자)라 할지라도 그 자의 생명권은 절대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가치로서 부모의 재산상 이익에 우선하여야 한다고 보아야 할 뿐만 아니라(만일 반대로 해석하여 제3자가 채무불이행으로 인하여 아이의 생명을 탄생시키게 함을 법적 비난의 대상으로 삼아 그 제3자에게 손해배상의 형식으로 제재를 가한다면 이는 실질적으로 우리 헌법정신에 반하는 것이 될 것이다), 민법 제913조에서는 "친권자는 자(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의무가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위 부모의 친권에 기한 미성년의 자(자)에 대한 부양의무는 원칙적으로 이를 면제받거나 제3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성질이 아니라 할 것이므로 비록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하여 출생한 자(자)라고 할지라도 부모는 일단 출생한 자에 대하여는 부양의무를 면할 수 없다 할 것이고, 따라서 자의 출생 및 그로 인한 부양의무를 '손해'로 파악할 수는 없다 할 것이다.
따라서, 피고의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원치 않은 임신에 의하여 사건 본인의 출생으로 원고 부부가 자(자)가 성인이 될 때까지 그 양육비 등을 지출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원고 부부의 손해라고 볼 수 없으므로 그 비용이 손해임을 전제로 한 원고 부부의 이 부분 양육비 및 교육비 청구는 나머지 점에 관하여 더 나아가 살펴 볼 필요 없이 이유 없다 할 것이다.
3. 결 론
그렇다면, 피고는 원고 및 선정자 차OO에게 각 금 10,305,412원(위자료 금 10,000,000원+분만비 금 610,824원/2) 및 위 각 금원에 대하여 이 사건 소장부본송달 다음날임이 기록상 명백한 1995. 5. 21.부터 피고가 이행의무의 범위에 관하여 항쟁함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이 판결 선고일인 1996. 10. 17.까지는 민법 소정의 연 5푼의, 그 다음날부터 완제일까지는 소송촉진등에관한특례법 소정의 연 2할 5푼의 각 비율에 의한 금원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 할 것이므로, 원고 및 위 차OO의 청구는 위 인정범위 내에서 정당하여 이를 인용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할 것인바, 이와 결론을 일부 달리한 원심판결은 부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일부 받아들여 위에서 인용된 금원을 초과하여 지급을 명한 원심판결을 취소하고, 그 취소 부분에 해당하는 원고 및 위 차미자의 청구를 각 기각하며, 피고의 나머지 항소 및 원고의 항소는 각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별지 생략]
판사 조중한(재판장) 임성규 조해섭
(출처 : 서울고법 1996. 10. 17. 선고 96나10449 판결:확정【손해배상(의) 】 [하집1996-2, 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