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의사나 병·의원 편에 서서 변호하고 싶다
경희의학전문대학원 첫 졸업생 이용환 변호사
의사출신 변호사. 그는 하나도 따기 힘들다는 자격증을 2개나 땄다. 바로 한반도 법무법인 이용환 변호사다. 재미있게도 그는 한 때 의료계 핫이슈를 장식했던 의학전문대학원 첫 수혜자이다. 2005년 30대 초반의 나이에 경희의전원에 입학했다. 변호사 1년차에 나와 의학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의학은 말 그대로 신세계" 였다. 문과 이과를 떠나서 완전히 새로운 학문을 접하게 된 것이다. 법이 모든 것이었던 그에게 의학의 배움은 그리 순탄치만은 않았다. 그는 스스로를 “역마살이 꼈다”고 소개했다.
의전원 첫 졸업생 변호사 “입학 6개월은 엉덩이로 버텨”
의대생들에게 유급제도가 이렇게 무서운 거라니. 이용환 변호사는 유급을 당하지 않기 위해 정말 악착같이 공부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1학기가 끝난 후 체중이 4~5kg 빠졌을 정도였다.
“의대에서 유급은 그냥 1년 쉬는 게 아니예요. 수업료도 비싸고 저 같은 경우에는 나이도 많고 해서 고시 1년 떨어져 시간 보내는 것과 차원이 달라요. 그런데다가 제도 초기여서 경희대는 학생들을 배려해 준다고 중간, 기말고사를 없애고 대신 매주 시험을 했어요. 그런데 이것이 더 학생들을 힘들게 했죠. 학생들이 매주 시험을 치르니 라이프 스타일이 참….”
이용환 변호사는 의전원 1년차때 수업을 듣고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기가 부지기수였다. ‘내가 갈 길이 아니구나’라며 자괴감도 느꼈다. 함께 공부한 동기생들과 매일 도서관에서 공부하며 “누가 오래 버티나. 엉덩이로 공부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렇게 한 학기를 지나니 공부 방법을 터득했다.
학생회장을 맡을 만큼 의전원 생활에 적응했고 활발한 활동을 보여 온 그는 4년을 보내고 인생의 기로에 섰다. ‘의사가 될 것이냐 변호사가 될 것이냐’.
“의사에 대한 미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신경외과에 가고 싶었어요. 당시 이 문제를 두고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변호사를 접고 의전원에 입학 할 때보다 의대에서 인턴으로 갈 때 몇 곱절 얼마나 고민을 많이 했는지 몰라요.”
결국 이 변호사는 지인들의 말을 듣고 법조인으로 남기로 했다. 당시 가정을 꾸리고 있던터라 인턴, 레지던트 생활을 하기엔 벅찼다.
“제가 가정이 있는 몸이라 아내와 부모님, 지인들 말을 듣고 변호사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어요. 인턴, 레지던트 몇 년을 더 수학해야 하는 의사보다는 밥벌이가 가능한 변호사의 길을 가는 게 현실적으로 더 좋겠다고요. 제가 고집을 부리는 건 욕심이죠.”
경희의전원은 1:1 멘토링 제도가 있었는데 당시 장성구 교수가 멘토였다. “인턴 모집 때 장성구 교수님께서 ‘잡지는 않겠지만 인턴 지원했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못해 많이 아쉬워 하셨죠. 정말 고심 많이 했어요.”
법조인을 선택했지만 아직도 그에겐 의료에 대한 애착이 많다. “의전원에 다니면서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어요. 다양한 사업 구상도 많이 했구요. 지금도 의사출신이면서 다양한 사업을 실제 실천하고 있는 분들을 보면 한편으론 부럽기도 해요.”
“환자와 의사 간 입장 차 최대한 이해하려 노력”
최근 의사들이 각 직역에서 활동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의사출신 기자, 의사출신 변호사 등 전문인으로서 재능을 살려나가고 있다. 의사출신 법조인도 해마다 늘어 이제 30여명이 넘었다.
“의사출신 법조인이 늘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장이 된다는 거죠. 소송도 영향을 미칠 거예요. 원고측과 피고측 모두 의사출신 법조인들이 변호하게 된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아무래도 법조계 흐름도 변할 거예요. 의사출신이면 법리적, 문리적 해석만 하는 비의료인 법조인보다는 상황 파악을 더 쉽게 할 수 있는 강점도 있죠.”
특수한 상황이나 상대가치점수, 의료급여기준 등 전문적인 용어들을 쉽게 알아듣고 공정하고 객관적인 변호가 비의료인 법조인보다는 가능하다는 얘기다.
“의사출신 법조인 모임이 1년에 2번정도 있는데, 각자 이유가 다르겠지만 저는 배움에 대한 욕심이 있어서 공부한 케이스예요. 그런데 확실히 법조인으로서 의료 관련 분야 소송을 담당할 때 의료환경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환자들이 소송을 걸더라도 상황이 그렇게밖에 될 수 없는 것을 전 이해하죠.”
이용환 변호사는 의료소송을 맡을 때 환자와 의사의 입장차를 누구보다 잘 이해할 수 있다.
“환자들이 의사에게 갖는 기대수준은 굉장히 높은데, 실상 의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아요. 하지만 환자들은 무조건 의사 잘못이라고 하면서 찾아오죠. 상황을 잘 설명하면 오히려 의사출신이라 의사 편만 든다는 분도 있어요. 그건 정말 아닌데도 말 입니다.”
그는 앞으로 의사 편에 서서 병·의원을 위한 법률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금 잡혀 있는 상담만도 여러 건이다. “불합리하게 환수처분을 당한 병·의원이나, 법률적 지식이 없어 억울한 입장에 처한 의료기관을 도와주고 싶어요.” 그의 다부진 포부가 이뤄질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데일리메디
기사등록 : 2011-02-08 12:10
출처 : http://dailymedi.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6&no=724269